10 July 2009

북유럽여행 2005 001-17.Jul 2005 london

2007년의 나름 치밀한 계획끝에 떠났던 북유럽 여행과는 달리, 나한테는 2005년 여름의, 보다 길고, 혹독하고 대책없었던 북유럽 여행의 역사가 하나 더있다.
그당시 너무나도 무겁고 우울한 상황에서 진심으로 벗어나고자, 혹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떠나고자했었던 내가 꿈꿨던 '대지의 끝' 거기에 가려고 결정하기 전까지 무수한 일들이 있었고.
아주 오랫동안 바래왔던 무엇인가가 다른이의 손에 의해서 한순간에 다 무너졌을때의 좌절감.
절대적이진 않지만, 믿어왔던 사람들의 불신으로 인해서 생긴 모든 일들이 날 그 곳까지 가게
떠 밀었다고 하는게 옳겠다.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것은, 북유럽 여행 직후 다른사람과 방문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바로 카메라를 도둑맞는 참사로 사진을 몽땅다 잃어버려서 있는거라곤 여행의 메모와 내 기억뿐이기도 했지만, 그 얘길꺼낸다는것은 그당시의 참담했던 심정마져 꺼내놓는것이기에 다 묻어두려고 애썼다.
실제로 2007년에 여행을 한번 더 다녀왔다.
놀라울정도로..그때의 심경은 되지 못했다. 절망이라는건 사람을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사지로 걸어들어간다고 생각될때는 정말로 놀라운 추진력이 되어주는구나.(실제로 난 중반까지만 해도 다시 돌아갈 생각같은걸 하지 않았었다)
라는것을 깨달았다.

'태양과 라벤더가 보고싶어' 라는 생각만으로 가볍게 방문했던 남프랑스, 태양한테 질리게 당하고 난후, 런던에 다시 내려서서 별 생각없이 '대지의 끝과 백야,눈을 보고싶어' 라는 생각으로 피카딜리의 학생 트레블 에이전시에 가서 학생 레일 패스를 끊었다.
당시 런던서 근무중이던 어린시절 알고지내던 오빠를 만나서 저녁을 먹고 간단히 얘길 하면서 놀고 난후, 숙소가 정해져있다는 거짓말로 오빠를 돌려보내고 난 밤새 런던 밤거리를 걸을 생각이었다.
새벽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야 하기도 했었지만. 사실 정말로 별 생각이 없었다.
인지하고 있던건 시간을 지켜야한다 정도였을까?

대지끝까지 걸어가겠다 라고 생각했었음에도, 가방은 그해초 뉴욕에 갔을때 사서 졸업할때까지 메고 다녔던 그리 크지 않았던 빅토리 녹스 배낭 하나였고, 들은짐이라고는 최소한의 옷가지와 세면도구, 읽다가 실증나면 버릴수있게 프린트한 영문소설몇권, 고장나기 직전의 손바닥만한 카메라,유럽서만 통하는 휴대폰,여권, 지도, 메모책, 지갑,트레블패스 정도.
보조가방에 다 들어가는 뒤의 몇가지 품목만 제외하면 언제든지 다 버릴수 있는것들이었다.
심지어 나한테는 그 춥다고 정평이난 동네로 가면서도 양말이나 운동화도 없었다.
맨발에 프로방스에서 산 샌들, 런던에 도착해서 버리고 새로산 청바지와 얇은 가디건 뿐.

최소한의 짐만 지고 떠나는 순례자 라도 된양, 내 생각없는 여행의 시작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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